"넌 중요하지 않아"라고, 우리 인간은 광활한 우주에서 곧 사라질 존재라는 믿음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란 주인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계속되는 혼돈 속에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끊임없이 추적하고 그를 통해 자신이 오랜시간 동안 품어온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진 그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나 또한 주인공이 어떤 희망을 갖게 될 것인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불굴의 의지로 연구를 계속해나가는 과학자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특이한 소설 제목이 나를 잡아 끌었고 위인의 삶으로부터 감동받는 이야기인가 싶더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책 전반에서 다윈의 진화론과 우생학의 광풍으로 생겨난 비극, 실제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까지 자행되었던 '부적격자' 강제 불임 수술까지 잘못된 신념을 확신을 가지고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가 참이라고 믿고 있는 사회 규범이나 도덕 관념, 모든 경계선들이 어쩌면 우리의 직관으로, 또는 진실에 눈가린 채 편안함을 택한 댓가로 누군가는 또 사회의 부적격자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많은 이들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30년간이나 꾸준히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분기학자들이 있기에, 이런 소설을 쓰는 이가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점 위에 점과 같은 우리가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서로를 가라앉지 않도록 받쳐주는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구원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이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메세지를 남긴다. 인간이 이 세상에서 최고 우위의 존재가 아니듯, 자기 기만에 갇혀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편가르고 혐오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수도 없이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위에 그어놓는 수많은 선들의 진실과 그 허구적 의미를 되내어 볼 수 있기를. 오랜만에 만난 지적인 즐거움과 생각거리를 던져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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