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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읽는 세계사(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by freetempo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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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얼른 누군가에게 얘기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근자에 읽은 역사책 중 재미로는 단연 압권! 이라는 추천사가 인상깊은 몸으로 읽는 세계사 입니다.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으로 책에 나오는 부분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목차가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인간의 신체 자체가 목차가 되는 신선한 컨셉의 역사서로 구석기 시대 여성의 손부터 핫셉수트 여왕의 턱수염 이야기, 리처드 3세와 마르틴 루터의 장트러블 문제, 벨 가족의 귀에서 부터 래닌의 피부까지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 이름만으로도 벌써 흥미진진해집니다.

 

인상깊은 내용 소개

p26 영적 측면에서 핸드 스텐실은 인간이 영의 세계와 소통하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사 이래로 종교와 예술은 언제나 서로 얽혀 있었다. 따라서 핸드 스텐실은 최초의 예술활동인 동시에 종교 미술 활동일 수 있다.

 

p74 음경이 액운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개념은 유 린 장군 이전에도 역사가 깊은데 특히 고대 로마 시대에 영향력이 컸다. 이러한 개념은 사악한 주술부터 악마의 눈에 이르기까지 초자연적인 대상에서 인간을 지켜준다는 고대 로마의 신 파스키누스Fascinu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 음경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낱 인간과 달리 신성한 음경인 파스키누스에게는 날개가 달려있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날개 달린 음경을 새겨 넣고 이 신의 이름을 따서 파스키나라고 부르며 호신용 부적으로 사용했고, 이 그림을 집안에 두거나 창가에 걸어놓기도 했다.

 

[영어단어 'Fascinate(매혹하다, 마음이 끌리다)'는 음경 또는 사악한 주술을 뜻하는 라틴어 파스키누스 Fascinus 또는 파스키눔 Fascinum에서 유래했다]

p80 성유물은 거대 산업이 되었기에 많을수록 좋았고 교회는 더욱 부유해졌다. ... 사람들이 성인의 일부라도 만져보기를 너무도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땔 경비원들은 시신 일부를 몰래 가져가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성인의 시신을 지켜야 했다.(가끔 이들은 나이 든 수도자들이 살해당하지 않도록 지키는 일까지 해야 했다고 한다.)

p94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야의 피흘림 의식은 마야 영토 남부에 집중되어 있었고, 특히 마야 문명 전성기가 끝나갈 무렵에 성행했다. 어느 학자는 '마야인들은 자신들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 주위의 신들과 소통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했다.

p129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의 중요한 특징들을 바꾸어 놓기도 했다. 멕베스는 스코틀랜드의 왕이었고 왕좌에 오르기 위해 덩컨 왕을 죽였다.... 엘리자베스 1세 재임 시절에 튜더 왕조에게 호의적인 이야기를 썼듯이, '맥베스'를 통해 그는 제임스 1세왕에게 아첨하려 했다. 우연히도 제임스 1세는 덩컨의 후손이었고 신성한 왕권을 신봉했다. 셰익스피어는 덩컨이 왕위를 부당하게 잃은 것으로 만듦으로써 제임스에게 영국 왕위에 오를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p139 일부 프로이트 학자들은 루터의 가득 찬 장이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까지 했다... 실제로 루터가 그 유명한 종교적 깨달음을 얻은 것은 장운동이 둔해진 1517년의 어느 날 변기 위에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마르틴 루터는 애정어린 남편이자 자녀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였으며 신실한 신학자였다. 하지만 변덕을 부릴 때가 많아서 그가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게 아닐까 추측하는 사람들도 있다.

['cranky(짜증내는)'는 독일어 'krankenheit(질병)에서 유래했다]

p150 특히 알프스 북쪽 국가에서는 7세기부터 장기 제거와 방부 처리를 시행했지만, 시신을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매장한다는 개념 자체는 1096년부터 1291년까지 기독교도들과 무슬림들 사이에서 벌어진 십자군 전쟁동안 크게 유행했다. 전쟁터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고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주로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축복된 땅에 매장하기 위해 온전한 상태로 고향까지 운반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뼈나 장기 등 신체 일부를 가져가는 것이 해결책이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이 심장이었다.

p187 죽은 사람들이 중요한 의치 공급망이 되었다.  워싱턴이 살았던 시대에서 수년이 지난 뒤, 프랑스에서는 소위 '워털루 치아'라고 불리는 형태의 틀니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전사한 수많은 군인들(최대 5만명으로 추정된다)의 치아로 틀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처형된 범죄자들 역시 치아 공급망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때로 돈을 손에 넣기 위해 이를 팔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살아 있는 치아 기부자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p200 미국 독립 혁명에 참여한 부대가 맞닥뜨린 최악의 살인마는 천연두였다. ... 하지만 워싱턴은 감염 초반에 예방접종 때문에 병사들이 한동안 전투에 나가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 대륙군의 예방접종을 꺼렸다. 그래서 천연두가 대륙군을 소탕했다. 천연두 대유행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워싱턴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집단 예방접종이 된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p237 머리를 맞고 나서 천재가 되다: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

 

p246 벨은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말을 시각화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벨이 "특정한 소리가 만들어지는 동안 공기의 밀도에 발생하는 것과 정확하게 똑같이 전류의 강도를 변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모든 종류의 소리를 전송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의 아이디어는 빠르게 보편화되었다. ...모든 소리의 움직임을 사람의 입이 아니라 전기로 재현했고, 소리를 유리판이 아니라 공기중으로... 그리고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청자의 귀로 보냈다. 1876년 그는 직접 만든 '전자식 말하기 기계'의 특허를 받았는데, 이 기계는 텔레폰으로 불렸다.

벨은 소리를 계속 연구했다. 그는 청력 측정기를 발명했고 세상에는 청력을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수단이 생겼다. 또한 소리의 수준을 측정하는 단위로 데시벨decibel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벨'은 자기 이름에서 따왔다) 햇빛을 소리로 바꾸는 방법을 개발하여 아버지에게 "햇살의 소리를 들었습니다"라고 편지를 썼는데, 이는 무선 통신과 광섬유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p275 매리 멜런: 최초의 무증상 장티푸스 보균자

 

p333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소변이 방광 바닥에 고이지 못해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는다. 하지만 소변이 방광안에 예정보다 너무 오래 머물면 압력 때문에 방광 괄약근 판막이 손상되어 영구적으로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

 

서평

우리가 알고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알고보면 어떤 신체적인 질환에 의해 발생되었다는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다. 우리의 '몸'이 어떻게 사건들을 발생시켰는지 역사와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흥미롭게 교양지식을 쌓을 수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위인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본 것 같다. 혹시 이 책을 재미있게 본 독자들이 있다면 유투브 닥터프렌즈의 '의학의 역사'편을 찾아보시길. 이미 영상으로 접했던 부분들도 제법 있어 아쉬웠지만 독특한 시각의 역사서로 가볍게 읽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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