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저자 김지수는 28년 차 기자로, 2015년부터 진행해 온 그의 인터뷰 시리즈 ‘인터스텔라’는 그동안 수백만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다. 《위대한 대화: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는 그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 18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호기심과 낭만, 삶에 대한 지혜를 가득 담아낸 인터뷰집이다. 이어령(문학평론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소설가이자 철학자), 찰스 핸디(경영사상가) 등 시대의 어른들과 이민진(작가), 다니엘 핑크(미래학자), 폴 블룸(심리학 교수), 수전 케인(작가)과 같은 주목받는 지성인,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지수만의 서정적이고 통찰력 있는 질문과 꾸밈없고 진솔한 대답으로 완성된 ‘동서양의 지혜자’ 18인과의 깊고 다정한 대화는 오래 들여다볼수록 더 빛이 난다. -교보문고 책 소개글 中-
차례
책 내용 발췌
여기 컵이 있죠? 이게 육체에요. 죽음이 뭔가? 이 컵이 깨지는 거예요. 유리그릇이 깨지고 도자기가 깨지듯 내 몸이 깨지는 거죠. 그러면 담겨 있던 내 욕망도 감정도 쏟아져요. 출세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돈 벌고 싶은 그 마음도 사라져. 안 사라지는 건? 원래 컵 안에 있었던 공간이에요. 비어 있던 컵의 공간. 그게 은하수까지 닿는 스피릿, 영성이에요. (23쪽)
'일, 참여, 공부' 이 세 가지가 우리를 맥없는 시간에서 구원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일을 통해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함께 어울리는 소속감도 매우 중요하지요. 공부는 스스로가 얼마나 무지했던가를 깨닫게 만드는 '자기 구제'의 핵심입니다. (60쪽)
숫자와 통계는 쉽게 왜곡되고 조작됩니다. 그러니 컴퓨터를 믿지 말고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세요. 숫자는 인간 세계 바깥의 것입니다. 컴퓨터가 다스리는 세계죠. 실재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진짜 사람에게 찾아가 당신 작업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누가 당신편인지 물으십시오. 세상은 등수도 액수도 아닌 튼튼한 우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79쪽)
인도 철학의 영향을 받아 양자역학이 나왔지 않습니까. 점균류 곰팡이를 연구해서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함'이라는 자기조직이론을 도출한 일리야 프리고진은 스피노자와 앙리 베르그송을 탐독했어요. 철학과 과학이 서로를 배워서 생명 전체를 유기적 연결로 통찰하는 세계관이 전체론입니다. 그 반대편에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로 보았던, 기계적 이원론의 데카르트가 있었지요(101쪽)
사는 건 끝없는 이야기가 피었다 지는 거예요. 비눗방울처럼 생성됐다 사라지죠. 그러니 자꾸자꾸 가벼워져야 해요. 어차피 하나님이 안 만들었으면 나는 없을 인간이잖아요.(132쪽)
진심을 편안하게 느낄 만큼 애정을 담아 웃고 함께 누워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을 하세요. 가끔 온몸으로 힘 있게 안아주세요. 그렇게만 해도 아이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할 거예요. 그 영향은 유전 형질에도 영향을 주고 손주와 증손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314쪽)
서평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빼곡하게 차고 넘치는 책이다. 저자의 전작 <이어령의 마지막 대화>에서도 느꼈듯이 인터뷰어로서 통찰력 있는 질문과 상대를 헤아리는 태도로 감탄하며 읽었다. 훌륭한 인터뷰어가 있었기에 이토록 위대한 대화도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18인의 인물에게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녹여내고 있어, 고통스럽거나 누군가를 신뢰하기 어려울 때, 후회로 한숨쉬고 있을 때 다시 꺼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모든 경험이 의미가 있다는 위로, 타인과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자신을 향한 연민 또한 필요하다는 지혜, 옳다고 여기는 대로 실천하라는 격려 또한 받았다.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만으로 유전형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문장이다. 포옹이 아이의 유전형질까지도 바꿀 수 있다면 내가 행하는 작은 선의 또한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선물처럼 받은 이 삶을 좀 더 아끼며 살아가야겠다.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고 기꺼이 도움을 주려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