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서평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기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기록한 참회록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비극적인 사건, 사고를 좇으며 고통을 중개하는 일을 하며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기자이자 저자의 솔직한 기록과 함께 고통의 전시 너머의 언론의 역할과 그것을 소비하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깊이있는 사유를 담고 있다.
한 가지 예로 매년 듣게 되는 따뜻한 기사들-가난하지만 전 재산을 기부한 ooo와 같이 그저 '대단하다'라고 넘어가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 보도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고민한다. 행여나 이런 보도가 누구보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떤 이를 도움을 주어야 하는 연민의 대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옳은 삶의 방향 앞에 어쩌면 가장 여린 마음들을 가진 선한 이들이 자기를 검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또한 이를 통해 약자의 일을 타자화하며 남의 일로 간단히 치부해 버리는 인지적 게으름에 빠지지 않기를 당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태원 압사 사고 참사 보도, 쪽방촌의 힘겨운 여름(고통을 속속들이 보여달라고 하는 일이 얼마나 무례하고 염치 없는 일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백), 기후위기-방글라데시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난민이 된 사람들과 이를 다루는 외신의 태도, 산업재해 등을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과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특히나 뉴스 또한 나와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과만 소통하려는 '에코체임버 효과'에 갇히게 된 시대에 알고리즘과 구독에서 빠져나와 다른 삶의 존재를 알아채는 것의 필요를, 개인보다 보편의 관점을 택하는 사회를 상상한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가 아니라, 다른 고통을 막기 위해 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논의하기를 꿈꾼다. 그리하여 무력감에서 벗어나 개인들의 화학작용을 통해 사회가 변화하길 소망한다.
이 책은 그저 지나처버린 수없이 많은 타인의 고통들에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물음을 던지게 한다. 어렵겠지만 나부터라도 고통을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며 그저 연민의 감정만 나누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가볍지 않은 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자의 바람처럼 '끊임없이 뉴스의 뒷면에 대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