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탕웨이의 로맨스 영화로 개봉 당시 큰 화제였던 만추가 12년 만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넷플릭스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당시 영화를 보지 못해 뒤늦게 보게되었는데 섬세하고 아름다운, 가슴 아픈 이들의 사랑이 안개낀 배경과 함께 절묘하게 어우러져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오랫동안 먹먹했습니다. 이 영화는 1966년 원작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거리
학대하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수감중이던 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일시적으로 감옥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주어진 72시간의 시간. 집으로 가기 위해 시애틀행 버스에 올라탄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듯 보이는 훈(현빈)이라는 인물과 마주치게 됩니다. 훈은 자신의 시계를 애나에게 맡기고 티켓값을 빌리는데요. 꼭 갚겠다는 훈을 뒤로한 채 애나는 집으로 향합니다.
다시 돌아온 집이 낯선 애나. 가족들은 애나를 반기는 것 같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습니다. 집을 나와 새옷을 사고 화장을 하지만 곧 원래의 옷으로 갈아입는 그녀앞에 훈은 다시 나타납니다. 사랑이 필요한 여인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 있는 훈. "만족하지 못한 고객은 처음이니 할인해줄께요" 라고 말하는 훈의 말에 잠시 당황한 듯 보이는 애나는 오히려 안심합니다. 둘은 시애틀 여기저기를 함께 하며 서로를 알아갑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는 커플의 모습에 입을 맞춰 구연해내며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습니다. 그런 애나의 이야기를 훈은 가만히 들어줍니다. 자신의 불행을 담담히 살아내던 무표정의 애나가 훈을 통해 조금씩 감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명대사
아니 했어요. 당신의 눈빛이, 당신의 손길이. 내게 돌아오라고 했어요. 꼭 말로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왜 이사람 포크를 썼어요? 말해봐요. 왜 이사람 포크를 썼냐고요? 왜 다른 사람 포크를 써요?
사과했어야죠! 설사 모르고 그랬더라고 안 그래요? 왜! 왜 이 사람 포크를 썼어요? 왜 그랬어요? 대답해봐야! 여기 이 사람 거라고요! 당신 게 아니라고요! 왜요, 왜요!
여기서 다시 만날까요? 나오는 날에.
리뷰
장난스러워 보이는 훈과 메말라 버린 애나. 그 둘의 사랑이, 서서히 스며들어버리는 그들의 사랑이, 짧지만 같이 보낸 기간은 중요하지 않아보이는 그들의 사랑이 너무나 아름답고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눈 깊은 입맞춤. 다시는 나누지 못할 깊은 키스가 애나에게 살아갈 힘이 되길 바랐습니다. 시애틀의 안개 자욱한 모습도,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같지만 서로가 함께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에서 벗어나 미소를 찾기를 바라는 훈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서로를 추억한 채 어디선가 살아가겠지요. 훈이 선물한 시계- 시간으로 애나는 일어설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훈을 기다리며 뱉는 애나의 '오랜만이에요'가 오래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어 들리는 ost는 영화의 여운을 더해줍니다.
OST
https://www.youtube.com/watch?v=ApAsj4HVGCg
지난날의 그림자가 떠도는 날 뒤쫓는데
눈앞의 세상은 무감각하게 평탄해요
실망하지 않지만 기대도 안 하게 되네요
사랑은 서로를 잊지 못할 만큼 충분한데
고독은 오직 나만의 몫이에요
고마워요 내곁을 지나가 주어서
낯선 당신은 익숙한 햇살처럼
세상을 의미없이 방황하는 나를 깨워주네요
사실은 나는 아직도 당신을 허둥되며 보고 있어요
사랑은 내맘대로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바람이 불면 물보라는 흩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또 어쩌겠어요
진짜 좋아하는게 어떤건지 물어보지도 못했고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이렇게 끝날지 생각도 못했네요
다만 나는 당신이 내 곁에 머물길 바라요
사랑은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
잘못이 있다면 당신과 내가 함께 메꾸어요
좀 기다리면 뭐 어때요
늦가을이 좀 일찍 오면 무슨 상관이겠어요